나는 원래 몸에 안 좋은 음식은 모조리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피자, 족발, 감자탕, 그리고 치느님... 엄마 말로는 어렸을 때 나는 치느님을 무조건 하루에 한 번은 영접했다고 한다.
그렇게 안좋은 식습관을 20년 넘게 가진 후 내게 남은 것은 과민성대장증후군... 한 번은 배탈이 계속 나서 내과에 갔다가 위장내시경을 했는데 위에 작고 귀여운 미니 용종이 있다고 의사 선생님의 소견 ^^ 내 나이 23세... 벌써 용종이 생기다니... 정말 충격이었다.
그 후로 장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러다가 대장암 걸리는 거 어니야? 하는 초조함에 "장에 건강한 음식" "장에 건강한 운동" 등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찾게 된 책이 바로 대장암 최고 권위자 김남규 교수님이 쓰신 "몸이 되살아나는 장 습관"이다.
김남규 교수님이 지난 25년간 과민성대장증후군과 대장암 환자들을 치료하고 상담하시면서 쌓은 노하우가 이 책에 모두 담겨있다. 우리같은 장예민피플들이 친구들과 엽떡먹고 집에 와서 배가 아파 화장실에서 고통 받을 생각에 쓰신 책인 것이다. 한 줄기 빛 같은 책이 아닐 수 없다.
장이 예민하다고 해서 모든 사람의 장이 다 같은 조건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김남규 교수님은 책에서 다양한 장의 조건의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조언을 하신다. 그렇기 때문에 꼭 책을 사서 읽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야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식단과 운동법을 배울 수 있다.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모든 채소가 장 건강에 좋은 건 아니다"라는 사실이였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은 장 건강에 좋다고 널리 알려져 있지만, 매우 예민하고 민감한 장 상태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식이섬유가 독이 될 수 있다. 왜냐고? 특정 식이섬유 음식들은 포드맵 (Fodmap)에 속하기 때문이다. 만약 과민성대장증후군을 가진 사람이 포드맵 식품을 많이 섭취한다면 가스가 장 안에서 많이 나와서 장 건강을 오히려 악화시킬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한다고 한다.
포드맵 함량이 높은 대표적인 음식은 피스타치오, 사과, 배, 체리, 수박, 자두, 복숭아, 잡곡밥, 아보카도, 콩류, 양파, 마늘, 양배추, 아스파라거스, 브로콜리, 버섯, 꿀, 치즈, 자일리톨, 올리고당 등이 있다. 포드맵 함량이 낮은 음식은 딸기, 포도, 바나나, 오렌지, 키위, 블루베리, 시금치, 가지, 당근, 감자, 호두 아몬드, 땅콩, 잣, 마카다미아 넛, 피칸, 참깨 등이 있다.
물론 이런 질환들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나 교수님은 장내 미생물과 장의 건강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다른 부분과도 직결되어있다고 주장하신다. 장내 미생물은 우리의 피부, 기분, 컨디션, 그리고 비만상태까지 아주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학계에서도 새로이 발견되고 연구되는 주제이기 때문에 앞으로 장내 미생물의 상태가 우리의 몸에 얼마나 더 많은 영향을 끼칠지는 앞으로 더 주목해야 한다.
즉, 우리의 장이 건강하면 우리의 피부가 좋고, 호르몬 작용으로 감정기복 또한 줄일 수 있으며, 날씬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요새 뷰티계에 유산균 열풍이 부는 것 아닐까? 유산균과 프로바이틱스를 꾸준히 섭취하면 정말 피부가 좋아지고 날씬해지기 때문이었다!!
눈에 안보이고 별거 아닌거 같은 장내 미생물이 이렇게나 우리의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니... 책을 내려놓고 나서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였다. 이때까지 기름지고 튀긴 음식을 사랑하고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폭식하던 나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니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특히 나는 피부 트러블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매일 산책하고 건강한 음식을 섭취해서 장 건강을 개선해야겠다.